범죄자들은 이 취약점들 이용해 오히려 다른 범죄자를 공격해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사이버 범죄자들의 세계는 말 그대로 ‘개판’이다. 아니, ‘물고기판’이라고 해야 어울릴까. 최근 보안 전문가들이 발견한 바에 의하면 범죄자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피싱 도구들에는 취약점이 있고, 이를 또 다른 사이버 범죄자들이 익스플로잇 하고 있다고 한다. 즉, 사이버 범죄자가 또 다른 사이버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이미지 = iclickart]
그렇다고 피해가 고스란히 범죄자들 사이에서만 돌고 도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A라는 범죄자가 오류가 있는 피싱 도구를 사용해 정상 웹사이트를 침해했다면, B라는 범죄자가 그 오류를 익스플로잇 해서 A라는 범죄자가 훔쳐낸 데이터를 빼돌릴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오류를 통해 침해된 웹사이트로부터 세력을 확장시킬 수도 있다. 즉 A가 자신도 모르게 B의 침투 도구가 되어준 것인데, 피해는 사실 일반 사용자들이 본다.
이런 사실을 찾아낸 건 보안 업체 아카마이(Akamai)의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피싱 도구들의 설치 단계에서 보안 구멍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 구멍들을 통하면 제3의 공격자들이 침투해 추가적인 파일을 업로드 할 수 있더군요. 이런 점을 활용하면 피싱 도구로 실시하려던 공격 작전을 통째로 뺏어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왜 이런 구멍들이 생기는 걸까? “해커들이라고 해서 완벽하게 안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아닙니다. 저희가 발견한 취약점들은 매우 기초적인 것들이었는데, 결국 피싱 도구라는 것들이 대부분 엉성한 환경에서 엉성한 개발 윤리 아래 만들어졌다는 뜻입니다. 오래된 오픈소스 코드를 이리저리 짜집기한 것이죠.” 아카마이의 보안 전문가인 래리 캐시돌라(Larry Cashdollar)의 설명이다. “이런 취약점들을 심지어 스캔으로 찾아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허술한 피싱 도구들은 범죄 새내기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제 막 해킹 범죄를 시작해보려는 자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들 중 하나며, 이런 도구를 통해 웹 서버의 백엔드를 찔러보고, 침투에 성공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자신들이 뭘 하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자들이 서버를 뚫고 들어와 더 악독한 범죄자들을 초청하고 있는 꼴이거든요. 특히 워드프레스나 줌라를 기반으로 한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소규모 사업자들이 피해를 많이 봅니다. 이미 일부 웹사이트는 피싱 도구를 호스팅한 악성 웹사이트로 변질되기도 했습니다.”
코드 재사용 문제, 범죄자들 사이에도 만연
이러한 문제의 근원은 결국 코드를 재사용해서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행태라고 볼 수 있다. 아카마이가 조사한 많은 피싱 도구들에서 비슷한 취약점들이 계속 나왔는데, “취약한 코드를 별 생각없이, 혹은 면밀한 조사 없이 재사용하니까 생기는 문제”라고 한다. “주로 class.uploader.php, ajax_upload_file.php, ajax_remove_file.php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게 문제의 근원이었습니다. 전부 깃허브 리포지터리에서 그대로 긁어온 것인데요, 문제는 해당 리포지터리가 마지막으로 업데이트 된 것이 2017년이라는 것이죠.”
여기서 언급된 클래스나 스크립트의 문제는 파일을 업로드 하는 기능을 가지고는 있지만, 파일 유형을 확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누군가 실행 파일을 혹은 실행 스크립트를 웹 루트로 업로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업로드 경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업로더 클래스가 새로운 경로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사용자의 입력값을 거르지 못한다는 게 이 리포지터리에 있던 스크립트의 공통적인 문제입니다. 그래서 디렉토리 변경, 임의 파일 삭제 등이 야기됩니다.”
물론 정상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이든, 멀웨어 개발이든, 코드를 재사용하는 건 이미 주류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오픈소스의 확대와 발전이 이러한 유행을 정착시켰다. 그러나 정상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 멀웨어 개발자들의 차이는 “문제가 발견됐을 때 빠르게 대처하느냐, 혹은 그걸 자기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느냐”이다. 캐시돌라에 의하면 “일반 개발자들은 오픈소스에 취약점이 있을 때 서로 도와서 빠르게 구멍을 없앤다”고 한다.
“범죄자들은 달라요. 구멍이 보이면, 그것이 멀웨어든 소프트웨어든 자기의 이익과 연결지어서 생각하죠. 동료 범죄자가 그 구멍으로 피해를 입든 말든 자기의 알 바가 아닙니다. 그러니 픽스가 나오지도 않고, 업데이트라는 것도 없고, 그냥 방치됩니다. 최소한의 양심이나 명예가 없는 부류라는 겁니다. 괜히 범죄자가 되는 게 아니지요.”
3줄 요약
1. 피싱 도구들 다수에서 파일 업로드와 관련된 취약점 나옴.
2. 그런데 범죄자들은 이걸 고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같은 범죄자를 등쳐먹는 데 사용.
3. 코드 재사용은 양지와 음지 모두에서 만연하지만, 음지 쪽 개발자들은 최소한의명예도 없음.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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