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세월호 선내 방송에서 들렸던 ‘가만 있으라’는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피해 최소화한 고성 산불과 비행기 회항 사건, 안전대응 감수성이 높아진 결과
[보안뉴스 권 준 편집국장] 올해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꼭 5년째가 되는 날입니다. 매년 4월 16일은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의해 제정된 국가기념일인 ‘국민안전의 날’이기도 합니다. 사건이 발생한지 5년이 지났지만, 세월호 참사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속에 아직 미완으로 남아 있습니다. 참사 원인에 대한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은 진행형인 사건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특히, 최근에 세월호 참사 이후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생일’이 상영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울리고 있는데요.
▲세월호 참사 이후 남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생일’의 한 장면[이미지=네이버영화]
이러한 가운데 세월호 참사 5주기 즈음에 발생했던 제주행 대항항공 비행기 회항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본지 기자가 제주도 출장차 해당 비행기에 탑승했고, 비행기 엔진에서 불꽃이 튀는 걸 단독으로 촬영한 영상 때문에 더욱 이슈가 됐지만, 이번 사건은 우리들의 ‘안전대응 감수성’이 한층 성장했다는 사실을 대변한 사건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5년 전 세월호 참사에서의 가장 아픈 기억은 선내에서 나왔다는 ‘가만 있으라’는 방송이었을 겁니다. 무엇 때문인지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어른들의 말만 믿고 ‘가만 있다’가 벌어진 그 참사의 아픔. 그 아픔의 기억으로 인해 살아남기 위해선 신속히 결정하고 즉시 움직여야 한다는 기본 명제가 하나의 안전대응 감수성처럼 국민들 모두의 감정 속에 자리 잡게 된 건 아닐까요?
최악의 강풍이 부는 가운데 발생한 역대급 산불이었지만 신속하면서도 총력적인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고성 산불과 이륙한지 2분 만에 긴급 회항을 결정했던 제주행 대한항공 비행기 승무원들처럼 말입니다. 물론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사고 원인이나 책임이 없어지는 건 아닐 겁니다. 비행기 엔진 불꽃 사건의 경우 새가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버드 스트라이크’를 원인으로 추정했지만, 엔진 결함이나 점검 소홀로 인한 문제는 아니었는지 보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렇듯 자칫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고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는 걸 보면서 한편으론 다행스럽다가도 그때는 왜 그러지 못했을까 또 한 번의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밀려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피해가 최소화된 사고들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할텐데, 아직까지 원인조차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는 더욱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해 말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다시 출범한 만큼 이번에는 명확한 원인 규명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우리나라에 한창 미투 사건이 불거지면서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이라는 용어가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성별 간의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춰 일상생활 속에서의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을 의미한다는데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2심 판결이 1심 판결과 정반대로 나오면서 법원이 내세운 논리이기도 했습니다.
이젠 이러한 성인지 감수성 못지 않게 안전대응 감수성에 대해서도 더욱 깊게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지정된 ‘국민안전의 날’에 안전대응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논의될 수 있길 바랍니다. 결국 이러한 노력이 우리들의 마음 속 남은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 길일테니까요. 5주기를 맞은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글_ 권 준 보안뉴스/시큐리티월드 편집국장(editor@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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