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신 러닝 엔지니어, 이제는 곧 멸종될 타이틀

2019-02-1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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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신 러닝, 심오한 기술적 배경 몰라도 사용할 수 있는 툴로 변화
쉽게 배울 수 있는 젊은 엔지니어들, 전공자보다 나은 결과물 내기 시작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얼마 전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했다. 회사의 프론트 엔드를 담당하고 있는 주니어 엔지니어가, 최근 관심 갖기 시작한 머신 러닝에 대해 좀 더 배우고자 해커톤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 엔지니어는 ‘인공지능을 다시 따분한 기술로 만들겠다’는 모토로 운영되는 fast.ai 온라인 강좌 등을 통해 인공지능을 빠르게 익혀가더니, 금방 텐서플로(TensorFlow) 모델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미지 = iclickart]

물론 처음부터 신기한 결과물을 낸 건 아니다. 처음에는 인물 사진에 수염을 칠해주는 인공지능을 만들고 좋아했다. 그런데 그게 며칠 지나니까 생산 시스템에 도입할 수 있을만한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몇 주가 지나니 그 엔지니어가 만들어 시험해 본 것이 사업 운영에 유의미한 차이를 만드는 걸 모두가 볼 수 있었다.

필자는 대학에서 머신 러닝을 전공한 사람으로, 실제 IT 분야에서의 경력도 바로 인공지능에서부터 쌓기 시작했다. 초창기에 비해 지금은 머신 러닝을 사용하고 여러 분야에 적용하는 게 무척 쉽고 간단해졌다. 머신 러닝이라는 시각에서 지금 시대는 축복이 넘치는 때다. 그래서 저 주니어 엔지니어는 5일 만에 필자가 5년 동안 이룩한 걸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툴과 교육 재료가 좋아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머신 러닝이나 인공지능과 관련이 있는 대학 졸업증이 있어야만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게 되었다. 기초적인 머신 러닝 응용 툴들은 요즘 나오는 기초 개발자 툴박스에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90년대만 해도 신경망을 실험해보고 싶은 개발자라면, 가장 간단한 콘셉트를 개발한 후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는 방향을 택했다. 매 단계 발전할 때마다 인공지능의 근간이 되는 수학과 여러 가지 이론들을 충분히 이해해야만 따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인공지능 초보라고 하더라도 구글 클라우드의 AutoML을 사용해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그로 인해 흥미로운 결과물을 ‘자동으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은 추상화로 해결이 되고 있고, 추상화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들은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어셈블리에 대해 배우고 싶어 하는 코더를 만난 지가 언제인지 우리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현대의 개발자들이 인공지능 배경에 깔린 수학적 모델을 깊이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과거의 선배들보다 더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 fast.ai의 창립자인 제레미 하워드(Jeremy Howard)는 최근 트윗을 통해 “한 번도 인공지능과 관련된 정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왜 굳이 강연장에 가야만 하는 걸까? 처음부터 그런 교육 과정은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 놀라운 말이다. 여태까지 조직들이 엔지니어들을 어떤 식으로 고용해왔는지 생각해보라. 특히 인공지능 분야의 전문가를 뽑을 때 말이다. 100이면 100, 대학 졸업장을 요구할 것이다. 컴퓨터 과학이나 수학, 프로그래밍 등의 학위를 소지한 사람들을 찾기 위해서다. 그게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배경이 없는 사람도 엔지니어로서의 결과를 낼 수 있는 때’라면 다른 방향에서 구인 구직에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고객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고, 조직의 사업 행위를 IT 기술로 뒷받침할 수 있다면, 굳이 수학적 배경과 원리, 학문적 역사를 줄줄이 꿰고 있지 않더라도 충분히 머신 러닝 엔지니어라고 불려도 될 것이다. 실제 필자가 가장 기분 좋게, 효율적으로 협업 했던 머신 러닝 엔지니어들은 대부분 ‘독학으로’ 머신 러닝을 배운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5년 이하 경력자들도 많았다. 그래서 필자는 이렇게 인공지능과 머신 러닝에 대해 배우는 것이 용이한 시대에, 굳이 오래되고 학위가 좋은 개발자를 뽑을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마치 우리가 포토샵 전문 학위를 만들고, 포토샵 전문가를 엄선해서 디자인 작업을 의뢰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제 머신 러닝은 하나의 도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조금만 익히면 포토샵으로 사진을 보정할 수 있는 것처럼, 머신 러닝도 어지간한 코더들이라면 웬만큼 쓸 수 있는 툴이 될 것이다.

오픈소스 신경망 라이브러리인 케라스(Keras)를 만든 프랑수와 숄레(Francois Chollet)는 “최고의 사람들은 90% 이상 독학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한다. “좋은 대학을 나와서도 독학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결국 도태되더군요. 출신 대학이 무엇이고 교육적 배경이 무엇이든 결국 배울 줄 아는 사람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생각이 지나치게 급진적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난 그런 사람들을 지금 당장 설득할 생각으로 글을 쓰는 게 아니다. 그저 도구가 강력해짐에 따라 배우기가 쉬워지고, 따라서 굳이 가방 끈이 길지 않더라도 유의미한 결과를 내는 시대가 됐다는 걸 상기시켜 주고 싶었다. 그런 때는 스스로를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해진다는 건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머신 러닝이 붐이지만, 그 붐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보기에 ‘머신 러닝 엔지니어’나 ‘인공지능 전문가’는 곧 사라질 타이틀이다.

글 : 닉 컬드웰(Nick Caldwell)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Copyrighted 2015. UBM-Tech. 117153:0515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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