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안] 아버지들의 작은 용기, 가정을 구원하다

2024-09-27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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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색 있다는 걸 감안하고 봐도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영화 <용기와 구원>은 기독교 색채가 섞인 작품으로, 가족들이 파편화 되어가는 시대를 역행하여 오히려 회복의 방향을 제시한다. 그 비결은 제목 그대로 ‘용기’인데, 결국 가족이 파괴되는 건 요즘 사람들의 의도가 그렇기 때문이 아니라, 가족을 회복시키기 위해 결심한 것들을 실제로 이행하지 못하는 데 있다는 걸 지적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의도만 좋으면 뭐하나, 실천해야 의미가 있지’인데, 그 부실한 실천력의 이유가 다름 아니라 용기 부족이라는 것이 이 영화의 수많은 메시지 중 하나다.


[이미지=네이버 영화]
영화 속 주인공들은 다양한 가정의 아버지들이다. 이들은 각자의 사연을 안고 가정을 꾸려가는데, 그러다가 한 집에서 대형 사고가 터진다. 그걸 계기로 이들 아버지들은 가정의 평화와 안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고, 그 고민을 통해 가정을 회복시키는 아버지로 거듭나기를 서약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그 서약의 증인이 된 목사가 의미심장한 말을 건넨다. “결심은 반드시 시험에 부딪히게 되고, 그걸 이겨내려면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과연 이들 아버지는 여러 난관을 겪게 된다. 마치 누군가 그 서약을 비웃고 무효화시키고 싶어하는 듯 서약을 지켜가기 힘든 상황들을 마주하는데, 일부는 그 장애물을 용기 있게 뚫고 나가기도 하고 일부는 패배해 좋은 아버지 되기에 실패한다. ‘장애물’이라든가 ‘뚫고 나간다’는 등의 표현을 썼지만 그게 대단히 큰 위기나 재앙 같은 것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 연락을 하고 지내지 않았던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 사과하고 마음을 여는 것, 간단하지만 위법이면서 비윤리적인 돈벌이의 유혹을 떨쳐내는 것, 틀어지고 있는 사춘기 딸과 새롭게 부녀의 관계를 세우는 것, 무뚝뚝한 자신의 성격을 버리고 상처 받았던 가족과 화해하는 것 등이다. 제3자의 눈으로 보기에는 평범하기 그지 없는, 낮은 허들들이다.

하지만 우리를 뒤흔드는 난관이니 장애물이니 하는 것들은 거의 대부분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다. 세상 닭살 돋는 잉꼬부부라도 부부싸움을 하고 난 뒤에는 먼저 사과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 심지어 눈 하나 빼주어도 아깝지 않을 딸아이라도 가끔 미워질 때가 있다. 새해의 굳은 결심을 3일 이상 실천하는 게 인생 과제인 사람이 대부분이고, 다이어트는 고사하고 저녁 밥 두 숟가락 덜어내기나 매일 30분 조깅하기가 ‘불가능’과 동급의 개념이기도 하다. 친구들과 틀어진 사람들이여, 계기를 생각해보라. 대부분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사소한 일일 것이다. 다만 이제는 너무나 먼 길을 서로가 왔을 뿐.

정보 보안이야 말로 이런 낮은 허들의 강력한 위력들을 실감하기 좋은 분야다. 수많은 사람들이 끽해야 스무자도 되지 않는 비밀번호 하나 관리하지 못해 해커들에게 뚫리고 거대한 손실의 빌미를 제공한다. 아직도 웹 애플리케이션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취약점은 XSS나 SQLi이다. 사용자가 직접 입력하는 정보를 안전하게 걸러내도록 하는 기본 중 기본이 어지간하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수년 째 수도 없이 반복되고 있다. 충동적으로 링크하지 말라는 그 간단한 지침조차 잊어버려서 해커들은 피싱과 소셜엔지니어링이라는 공격만 매년 우려먹으면서도 주머니가 두둑해진다.

간단한 것들을 이겨내지 못하는 우리의 이러한 상황을 두고 많은 설명들이 나온다. 해이라든가, 불성실이라든가, 인간이기에 할 수밖에 없는 실수라든가, 가끔 게으름이라는 말도 동원된다. <용기와 구원>에 따르면 이 모든 설명은 불충분하다. 정말로 우리에게 없는 건 ‘용기’일지도 모른다. 내 입장에서는 내가 피해자고 내가 억울해 죽겠지만 먼저 사과할 용기. 배고픔을 오히려 다이어트의 도구로 인식하는 용기. 내 오래된 성격 같은 거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바꾸겠다는 용기. 귀찮고 성가신 일이지만 내 업무 루틴 가운데 넣어 익숙해지려는 용기.

작년 암호화폐 생태계 전체를 들썩이게 했던 FTX 붕괴 사건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당시 FTX 임원진들의 사기 행각에 가까운 만행들을 수사 기관에 적극 알려준 내부 고발자가 있었는데, 그녀는 훗날 피해자들에게 눈물로 사과하며 이렇게 말했다. “용감하지 못했어서 죄송합니다.” 자신의 동료들을 진작 만류하거나 고발했었어야 했는데, 그럴 용기를 갖지 못했었다는 것이기도 하고,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그녀 자신을 무겁게 누르고 있던 죄책감으로부터 떳떳하게 벗어나려는 용기를 갖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실제로 그녀는 FTX가 붕괴되기 시작하고 수사 기관의 압박이 들어올 때 오히려 죄책감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한창 회사 내부에서 축제의 분위기가 이어질 때 그러지 말자는 찬물 끼얹는 말 한 마디, 혹은 퇴근 길 방향을 경찰서 쪽으로 살짝 트는 작은 행동을 할 용기가 그렇게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랬을 것이다. <용기와 구원>에 따르면 용기는 작은 난관을 이기는 것이니까. 공감이 간다. 우리 모두도 그런 낮은 허들들에 매번 걸려 넘어지니까.

각종 동화나 영웅담에 익숙해진 우리는 용기를 대단히 거창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공주를 구하기 위해 용을 무찌르는 왕자의 그 힘이 전형적인 용기라고 말이다.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위해 잉글랜드에 맞서다 죽음을 맞은 윌리엄 월리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아예 제목이 ‘용감한 마음(Brave Heart)’이다. <용기와 구원>은 우리가 용기를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한다. 공주를 지키고 있는 게 용이라는 걸 알고도 출발을 결심하고 무기를 챙기고 여벌 옷을 싸는 작은 행동부터가 용기가 아닐까. 그 여정을 끝까지 이어가는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용기가 아닐까. 작은 용기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큰 결과가 만들어졌을 뿐, 용기라는 게 알고보면 그리 범접하기 힘든 건 아닐지도 모른다. 월리스도 사실 연인의 억울한 죽음을 보복하려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잉글랜드 전체를 두렵게 하는 독립군 수장이 된다.

받아들이기 싫든 좋든 보안은 점점 모두의 문제,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되고 있다. 대변을 보고 화장지를 쓰거나 비데를 쓰는 게 상식처럼 굳어진 시대가 올 거라고 그 옛날 공동 동앗줄로 뒷처리를 하던 조상들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 국민 양치질 교육을 한다고 333 캠페인(하루 세 번, 식후 3분 이내, 매번 3분 이상)을 국가 차원에서 벌인 게 불과 80년대의 일이다. 40년 후인 지금, 양치는 물론 매일 씻는 습관은 이제 상식을 넘어, 모두에게 체화된 삶의 양식이기도 하다. 그렇듯 각종 보안 실천 사항이 우리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날이 다가오고 있다. IT 기술이 우리 삶의 많은 영역을 잡아먹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날들이 빨리 오면 올수록 유리할 것이다. 개인에게도, 공동체에도.

기술의 발전에 발맞춘 ‘보안 양식’을 갖추려면 각자의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그 용기라는 게 우리가 아는 것처럼 그리 대단할 게 없다는 걸 이해하는 것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사과해보라. 스스로 느꼈던 억울함이라는 게 얼마나 낮은 허들이었는지 알게 된다. 허기라는 다이어트 필수 도구와 친해져보라. 변하는 체중계 눈금이 주는 즐거움을 체감하게 된다. 그 허들은 낮고, 넘는 순간 사라지는 게 장애물들의 정체고, 우리가 자아내야할 용기는 딱 그만큼의 덩치를 가지고 있다. 보안 실천 사항들도 마찬가지다. 몸에 익는 순간 별거 없는 것이 된다.

보안은 저절로 쉬워지지 않는다. 쉬운 보안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애초에 그런 게 있을 수 없다는 걸 알 사람은 다 안다. 보안을 쉽게 만드는 건 오로지 작은 실천들을 반복하는 것 뿐이다. 당장은 어렵고 버거워 보일지 모르지만, 넘어보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 어렵고 버거워 보이는 걸 시도해 보려고 마음 먹는 것이 용기다.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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