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만약 해저 화산 폭발로 인한 해저 케이블 손상에 대한 재난 복구 대처 방안을 미리 마련했다면, 당신은 리스크 관리 분야의 신이다. 그 정도의 예지력이라면 복권을 사는 대신 회사 생활을 하는 이유가 궁금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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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는 통가 근처 바다에서 발생한 해저 화산 폭발에 경악하고 있다. 이 폭발로 통가는 한 동안 세계와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교통은 물론 통신까지도 끊겼으니 말이다. 다행히 전 세계 인터넷 망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통가 내부적으로는 인터넷은 물론 기존의 전화 통신망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해저 광섬유 케이블이 끊겼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데이터 트래픽의 95% 정도는 해저 케이블을 통과한다. 우리가 하루에도 수도 없이 접하는 데이터들이 바다 밑바닥을 통해 우리 손안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인공위성이라는 수단도 있지만 사용 비율은 미비하다. 이처럼 데이터의 이동 경로로서 해저 케이블이 극심하게 선호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안정적인 대역폭과 낮은 지연 속도 때문이다. 인공위성 통신과는 아예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해저 케이블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그것이 이번 해저 화산 사태로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해저 케이블은 깊은 바다 속에 있기 때문에 미지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인간은 심해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취약하며, 한 번의 사고로 광범위한 통신 두절 사태가 야기된다. 화산 폭발이 아니더라도, 잠수함이나 해양 생물들이 실수로 잘못 건드리기만 해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게다가 바다에는 쓰나미, 허리케인, 태풍과 같은 열악한 상황에는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난다.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태평양의 ‘불의 고리’ 지대의 지도와 해저 케이블 지도를 겹쳐서 비교하면 상당 부분이 일치한다. ‘불의 고리’란 화산과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지대를 말한다. 통가는 이 불의 고리 위에 있는 나라다. 이번 화산 폭발 역시 불의 고리 위에서 일어난 일이고, 따라서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와이 제도, 수에즈 운하, 괌, 순다해협 등도 두 지도가 겹치는 구간이다. 하필이면 화산과 지진 활동이 많은 지역에서 수많은 해저 케이블들이 만나고 합쳐진다.
사실 전문가들은 수십 년 전부터 이 문제를 지적해 왔다. 2009년에도 뉴사우스웨일즈 대학의 연구원들은 “각종 자연 재해와 현상들이 해저 케이블이라는 인프라를 쉽게 손상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전 세계 원거리 통신 시스템들 중 일부 구간은 매우 위험하고, 항상 병목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도 이미 우리는 알고 있다. 병목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 곳 중 하나가 하와이인데, 이 하와이도 자연 재해 발생 확률이 높은 곳이다. 이번 폭발 사고가 하와이에 몰린 케이블 바로 밑에서 발생했다면 전 세계의 통신이 마비되었을 것이다.
언젠가 다가올지도 모르고, 이미 우리 눈앞에 벌어진 이런 ‘통신 대재앙’을 우리는 어떻게 예방해야 할까? 물론 기업이 독자적인 해저 케이블 망을 구축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들과 대규모 통신 사업자들,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실상 일반 기업과 사용자들은 이런 움직임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해결에 나서야 하는 단체들은 해저 케이블을 대신할 수 있을 만한 위성 통신 기술 향상 및 인프라 구축의 방향을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있는 인프라의 강화 또한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해저 활동을 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고, 위험한 구역과 해저 케이블이 설치되는 구역을 분리시켜 놓으며, 해저 케이블의 강도를 높이는 등의 활동도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역시 각 정부와 관련 업체들이 협업하여 진행해야 한다.
글 : 살바토어 살라몬(Salvatore Salamone),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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